솔직히 저는 무도실무관을 보기 전까지 이 직업이 실제로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보호관찰소라는 곳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역할에 대해 처음 알게 됐고, 동시에 김주환 감독의 연출이 청년경찰 때보다 훨씬 성숙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는 김우빈이라는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는 동시에, 베테랑2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면서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두 영화를 놓고 보면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달랐고, 어떤 부분에서는 무도실무관이 더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 실제로 존재할까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의문은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이 정말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공식 명칭으로 '무도실무관'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보호관찰소나 교정기관에서 유사한 역할을 하는 인력은 분명히 있습니다.
보호관찰관(Probation Officer)이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전자발찌를 착용한 범죄자나 보호관찰 대상자를 관리·감독하는 공무원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교도소에 가지 않고 사회에서 생활하는 범죄자들이 재범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지도하는 역할입니다. 실제 보호관찰소에는 이런 대상자들을 직접 대면하거나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상황이 많고, 그 과정에서 신체적 제압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무도 유단자 출신이나 체력 검증을 마친 인력이 투입되는 경우가 있고, 영화는 이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을 재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베테랑2와의 비교, 어떤 점이 달랐나
무도실무관과 베테랑2는 개봉 시기도 비슷했고 다루는 소재도 겹쳤습니다. 두 영화 모두 아동 성범죄자 출소 장면을 다루고 있고, 조두순 사건을 연상시키는 설정을 공유합니다. 심지어 출소 현장을 드론으로 부감 촬영하는 장면까지 거의 똑같아서, 두 감독이 콘티를 공유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범죄자를 어떻게 그리느냐에 있었습니다. 베테랑2는 재벌 2세라는 익숙한 악역 구도를 택했지만, 무도실무관은 조두순 같은 아동 성범죄자와 N번방 같은 디지털 성착취 범죄자를 동시에 등장시켰습니다. 강기중이라는 캐릭터는 조두순이 감옥에서 했던 망상, 즉 운동으로 몸을 키워 출소 후 세상을 공포에 떨게 하겠다는 그 허황된 꿈을 현실로 만든 존재처럼 보였습니다. 여기에 김민욱이라는 디지털 성착취 범죄자까지 더해지면서, 두 명의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손을 잡는 장면은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이 영화가 베테랑2보다 더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느꼈습니다. 베테랑2가 사회적 약자와 강자의 대립이라는 익숙한 구도에 머물렀다면, 무도실무관은 실제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가장 끔찍한 범죄자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동을 향한 시선, 전자발찌의 필요성, 범죄자 관리의 현실 같은 부분에서 이 영화는 분명 공익적 가치를 지녔습니다.
후반부 전개의 치명적 실수
문제는 후반부였습니다. 중반까지만 해도 저는 이 영화가 올해 본 범죄 영화 중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자발찌 착용자 관리 과정, 민동과 김금남 사건을 통한 재범 위험성 제시, 보호관찰관의 역할 설명까지 모든 게 자연스럽게 흘러갔습니다. 특히 김금남을 검거하는 장면에서 정도가 달리면서 '여자 혼자 있는 가게'를 집중적으로 살피는 장면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성범죄자가 향하는 곳이 유흥업소가 아니라 혼자 있는 여성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강기중을 놓친 이후부터 영화는 급격히 무너졌습니다. 정도가 친구들과 팀을 짜서 강기중을 잡으러 가는 장면, 이건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비질란테란 법 집행 기관을 대신해 개인이나 집단이 사적으로 범죄자를 처벌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자경단 활동인데, 정도가 한 행동이 바로 이겁니다. 무도실무관으로서의 공무도 아니고,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것도 아니며, 그 어떤 법적 정당성도 없는 상태에서 민간인인 친구들을 동원해 범죄자의 집에 무단 침입하고 폭력을 휘두른 겁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베테랑2가 비판했던 바로 그 문제를 무도실무관이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테랑2는 끝까지 법 테두리 안에서 범죄자를 처벌하려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무도실무관은 정작 공무원이라는 주인공이 법을 벗어나 사적 제재를 감행합니다. 더 심각한 건 정도가 스턴건으로 김민욱을 협박하다가 눈을 찌를 뻔한 장면입니다. 상대가 아무리 인간 쓰레기 범죄자라 해도, 이건 명백한 과잉 대응이고 또 다른 범죄입니다.
공무원 조직 묘사의 현실성 논란
일부에서는 영화 속 보호관찰소 사람들이 너무 착하게만 나온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정도가 들어온 첫날부터 아무도 그를 무시하지 않고, 선배들은 한없이 친절하며, 조직 내 갈등이나 텃세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정도는 정규 공무원이 아니라 5주 계약직에 가까운 외부 인력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단기 계약직이나 청년 지원사업 인력에 대해서는 내부 직원들이 굳이 텃세를 부릴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함께 일하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고,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는 최대한 피하려고 합니다. 실제로 공공기관에서 일해보면 외부 인력에게는 기본적인 존중과 배려를 해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물론 영화처럼 완벽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제는 이런 설정이 지나치게 편의적으로 흘렀다는 점입니다. 정도의 판단은 항상 옳고, 그의 촉은 초자연적 수준이며, 모든 작전은 성공합니다. 이런 먼치킨 캐릭터 설정은 초반에는 유쾌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현실감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먼치킨이란 게임이나 판타지에서 비정상적으로 강력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를 뜻하는데, 정도가 딱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배달 정보만으로 범죄자의 도주 경로를 예측하고, 술집에서 혼술하는 모습만 봐도 범죄를 예감하는 능력은 추리가 아니라 예지에 가까웠습니다.
무도실무관은 중반까지 베테랑2를 능가하는 문제의식과 긴장감을 보여줬지만, 후반부의 사적 제재 전개로 모든 걸 잃었습니다. 무도실무관이라는 독특한 직업 소재도, 보호관찰 제도의 필요성도, 전자발찌의 의미도 결국 주인공과 친구들의 액션 신으로 희석되고 말았습니다. 영화는 재미있었지만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만약 끝까지 법과 제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 진짜 의미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겁니다. 김주환 감독이 다음 작품에서는 이런 아쉬움을 보완해주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