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지역 이미지를 위해 영화 제목에 가처분 신청까지 냈던 영화예요. 당시에는 그게 홍보 효과가 됐는데, 지금 와서 보면 원주시가 관객 돈을 지키려 했던 거였어요. 진짜로요. 감독이 각본까지 직접 쓴 영화인데, 이 영화는 영화라고 부르기가 어려웠어요. 내 인생에 영화관에서 본 영화 중에 거의 바닥이에요.

이런 영화예요
익스트림 MTB를 타는 다섯 명이 치악산 산장에 놀러 가요. 윤균상, 김래원, 그리고 커플 한 쌍, 카메라 찍는 형. 산장은 김래원 아버지가 예전에 쓰던 별장인데 아버지는 오래전 실종됐어요. 그리고 산에서 한 명씩 죽습니다. 개울가에 있는 돌탑을 건드린 순간부터 빨간불이 켜지고,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면서 한 명씩 죽어요.
설정 자체는 흔한 공포 영화 클리셰예요. 다섯 명, 산속 별장, 핸드폰 불통, 한 명씩 죽기. 차 안에서 치악산 토막살인 루머 얘기 살짝 하고, 가는 길에 할머니 갑툭튀하고 너네 거기 가면 다 죽어 한마디 하는 것도 전형적인 클리셰예요. 여기에 약간의 변주를 넣으려고 했는데 그 변주가 너무 어설퍼서 오히려 더 황당해요.
뭘 말하려는 건지 도통 모르겠어요
죽는 방식에 규칙성이 없어요. 어떤 애는 빙의돼서 자해로 죽고, 어떤 애는 공중부양하다 문 밖으로 빨려 나가고, 어떤 애는 나무토막에 찔려 죽어요. 빨간불이 켜지면 뭔가가 나타나서 죽인다는 건데, 왜 켜지는지, 누가 죽이는지, 어떤 법칙인지 영화 끝날 때까지 설명이 없어요. 어쩔 땐 죽이고 어쩔 땐 그냥 두고, 완전 지 멋대로예요. 이러니까 무섭지도 않아요. 법칙이 있어야 그걸 벗어났을 때 무서운데, 처음부터 아무 규칙이 없으니까 그냥 뜬금없이 당하는 것만 반복돼요.
후반부 5~10분에 타임슬립 설정이 나오고, 수메르인 같은 고대 외계 생명체 설정도 잠깐 나와요. 돌탑 건드린 순간 이미 1980년대로 간 거라서 핸드폰이 안 터진 거라는 해석이 그나마 말이 돼요. 마지막에 라디오에서 1980년대 치악산 토막살인 뉴스가 나오는 것도, 김예원이 할머니가 된 미래 자신이었다는 것도 억지로 끼워 맞추면 이해가 가요. 김예원이 유일하게 살아남는 것도 수메르인과 연관된 특별한 존재라는 해석이 가능해요. 근데 이걸 영화 보면서 이해할 수가 없어요. 설명이 하나도 없고 이 설정은 마지막 5분에만 나오거든요. 나머지 80분은 그냥 빨간불 켜지고 한 명씩 죽는 장면이에요.
그나마 볼 만한 건 MTB 장면이에요
초반에 윤균상이 익스트림 자전거 타고 도심을 내려오는 장면이 꽤 잘 찍었어요. 산에서 타는 장면도 두 번 나오는데 속도감 있고 역동적이에요. 차라리 이걸 메인으로 한 스포츠 영화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그 장면이 이 영화에서 제일 볼만해요. 국가대표급 선수를 섭외한 것 같아요.
배우들의 연기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배우들 잘못이 아니에요. 윤균상, 김래원, 김예원 모두 연기력이 되는 배우들인데 이런 졸작에 출연했다는 게 안타까울 정도예요.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먼저 본 배우들의 표정이 어땠을지 궁금할 정도예요.
이렇게 만들었어야 했어요
공포 영화로 가지 말고 미스터리 스릴러로 갔어야 했어요. 초반 30분 정도만 한 명씩 이상해지는 걸 보여주고, 타임슬립이랑 수메르인 설정 같은 걸 나머지 시간에 제대로 풀어줬다면 훨씬 나았을 거예요. 감독이 조던 필처럼 의미 있는 공포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게 너무 어설프게 표현돼서 관객 입장에서는 황당함만 남아요. 공포 영화의 클리셰로 80분을 채우다가 마지막에 급하게 뭔가 있는 척 끼워 넣은 느낌이에요. 잔인한 장면 넣는다고 무서운 게 아니거든요.
정말로... 1시간 25분이 5시간 같았어요
영화 끝나고 친구랑 말없이 서로 쳐다봤어요. 뭐야 하면서요. 이거보다 더 혹독한 감상이 없는데 그게 솔직한 감상이에요. 보호자도 이것보다는 낫고, 엄복동도 이것보다는 완성된 영화예요. 클로즈베타 게임처럼 중간중간 버그 걸린 것 같은 느낌이에요. OTT로도 시간이 아까울 영화예요. 이걸 어떻게 개봉할 생각을 했는지, 시사회 분위기가 어땠는지 진심으로 궁금할 정도예요. 이거 본 사람 있어요 물어봐도 봤다는 사람을 못 찾을 정도로 관객도 없었어요. 윤균상, 김래원을 좋아하더라도 이건 패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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