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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윗집사람들》 리뷰 - 불편한데 웃기고, 웃긴데 슬픈 영화

by girin3 2026. 4. 23.

솔직히 예고편만 봤을 때는 그냥 B급 성인 코미디인 줄 알았어요. 근데 막상 보고 나니까 생각보다 훨씬 마음에 남는 영화더라고요. 자극적인 소재 뒤에 현실 부부의 이야기가 꽤 정확하게 담겨 있거든요. 불편하면서도 웃기고, 웃기다가도 어느 순간 코끝이 찡해지는 그런 영화예요.

영화 윗집사람들 하정우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
영화 윗집사람들 하정우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


줄거리 - 4년째 섹스리스 부부에게 찾아온 수상한 이웃

미대 시간 강사 정아와 영화 감독 현수, 이 부부는 4년째 잠자리를 가지지 않는 섹스리스 부부예요. 같은 집에 살면서도 카톡으로 대화할 정도로 사이가 멀어진 상태고요.

그런 어느 날, 정아가 윗집 부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해요. 윗집엔 정아가 즐겨 보던 심리 치료 유튜버 수경과 그녀의 남편 김선생이 살고 있거든요. 근데 이 부부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요. 김선생은 안방 침대에 드러눕고, 수경은 현수의 손을 가져다 자기 가슴에 대는 등 명백히 뭔가 뭔가인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죠.

알고 보니 이 윗집 부부, 그룹 섹스를 즐기는 소위 '으라차차 클럽' 멤버였던 거예요. 그리고 6개월 전부터 정아 부부를 클럽에 초대하려고 벼르고 있었던 거고요. 이 황당한 저녁 식사 한 판에 그동안 쌓였던 부부의 모든 것이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자극적인 소재 뒤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

사실 이 영화의 핵심은 그룹 섹스가 아니에요. 말을 안 해서 쌓인 것들, 들어주지 않아서 멀어진 거리, 그게 진짜 이야기거든요.

정아는 현수에게 여자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외로움을 느끼고, 현수는 4년째 작품이 빛을 보지 못하면서 자신감을 다 잃어버린 상태예요. 서로 답답해 죽을 지경인데 헤어지기는 두려워서 그냥 카톡으로만 대화하며 버티고 있는 거죠. 딱 봐도 지쳐 보이는 부부인데, 묘하게 현실적이라 더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윗집 부부의 등장이 이 둘한테 엄청난 충격이 된 이유가 여기 있어요. 정아한테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여자로서 바라봄 받는 느낌'이 생기고, 현수한테는 자기 여자를 지켜야 한다는 본능이 깨어나는 거거든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영화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요.


연출과 캐릭터 - 대화극인데 지루하지 않아요

영화 전체가 사실상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대화극이에요. 근데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아요. 김선생 캐릭터가 중간중간 분위기를 확 환기시켜주거든요. 마조히스트 기질에 현수한테 얼굴 맞고도 실실 쪼개는 장면은 진짜 웃음이 터져요.

와인 이름이 '포썸'이라거나, 점점 잔이 달라지는 현수의 모습 같은 디테일도 재밌어요. 정아의 심리 변화를 이런 소소한 장치로 보여주는 게 꽤 영리하더라고요. 다만 대사가 많다 보니 극 중 자막이 들어가 있는데, 초반엔 신기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자막에 의존하게 되면서 큰 스크린을 제대로 못 즐긴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결말 - 낮잠에서 깬 것 같은 엔딩

진액 부부가 떠난 후, 현수는 정아한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요. 고양이를 키우기 싫었던 이유, 그동안의 태도, 모든 것에 대해서요. 그리고 정아의 손에 이끌려 안방으로 들어가며 영화가 끝나요.

결말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꼭 안고 흐느끼는 장면이 있는데, 오랫동안 쌓인 거리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그 포옹 하나가 말보다 훨씬 많은 걸 담고 있었어요.

다만 솔직히 말하면, 이 엔딩이 조금 아쉽기도 했어요. 그 자극적인 소재를 들고 와서 결국 이혼 숙려 캠프 같은 훈훈한 마무리로 끝나니까, 진액 부부가 들고 온 이야기가 그냥 소모품처럼 쓰인 느낌이 들거든요. 더 깊이 파고들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어요. 그래도 으라차차 클럽에 가입하는 엔딩이었다면 훨씬 더 불편했을 것 같긴 해요 


총평 - 예고편보다 훨씬 좋은 영화예요

《완벽한 타인》보다는 가볍지만, 훨씬 적나라한 소재를 들고 나온 영화예요. 한국 영화에서 이런 소재를 이렇게 다룬다고? 싶은 놀라움이 있거든요. 청불이지만 야하거나 잔인한 장면은 없고, 소재 자체의 자극이 영화를 끌어가는 방식이에요.

보는 내내 불편하고 웃기고 또 슬픈데,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결국 진심 어린 대화만이 관계를 살릴 수 있다는 걸 조용하지만 힘 있게 말하는 영화예요. 부부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가시는 분이라면 꽤 마음에 남을 것 같아요.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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