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현 감독 영화는 늘 믿고 보는 편인데,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굿뉴스》, 136분짜리인데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가 사실 만들기도 어렵고 대중이 만족하기도 쉽지 않은데, 이번엔 정말 잘 맞아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도 영화를 보는 내내 흥미를 더해줬고요. 토론토 국제 영화제와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됐다는 것도 납득이 가는 작품이에요.

이런 영화예요 - 실화를 바탕으로 한 블랙 코미디
1970년에 실제로 일어난 일본 항공기 납치 사건, 일명 '요도호 사건'을 모티브로 해요. 일본의 공산주의 급진 조직 '적군파'가 승객으로 위장해 비행기를 납치하고 북한 평양으로 향하는 이야기거든요.
근데 여기서 한국이 끼어들어요. 중앙정보부 부장이 "이거 우리가 해결하면 국제 무대에서 위상도 높이고 일본한테 생색도 낼 수 있겠는데?" 싶어서 작전을 짜는 거예요. 납치된 비행기는 평양 주파수를 모르니 비상 주파수를 쓸 수밖에 없고, 그 교신을 가로채서 평양인 척 비행기를 한국으로 유도하자는 작전이에요.
근데 문제는 북한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죠. 냉전 시대인 만큼 뒤에는 소련도, 미국도 개입해요. 일본은 방관하고, 한국은 외교적으로 앞서려 하고, 북한은 비싼 비행기가 들어온다고 좋아하고, 미군은 햄버거 먹으면서 지켜보고 — 이 국제 정세의 아이러니가 영화 안에 아주 가볍고 재밌게 녹아들어 있어요. 무겁지 않게요.
영화를 보면서 "설마 이게 진짜야?" 싶은 장면들이 많은데, 실화를 찾아보면 대부분 진짜예요. 납치범들의 다수결 해프닝도, 비상 주파수 교신 작전도, 이중주차로 길을 막은 에피소드도 실제 있었던 일이에요. 실화의 신뢰성과 블랙 코미디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교묘하게 배합한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블랙 코미디의 정석
이 영화에서 웃음이 터지는 방식이 독특해요. 등장인물들은 전혀 웃기려는 게 아니에요. 다들 지금 상황이 심각하거든요. 근데 그 심각한 상황이 너무 아이러니하고 모순적이어서 관객이 웃음이 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이래요. 납치범들이 공산주의자들이니까 승객 짐을 걷어서 분배를 해요. 그랬더니 승객이 "나는 세 개 뺏겼는데 왜 이것만 주냐"고 항의해요. 공산주의 분배의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 장면이죠. 또 한국 쪽에서는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결정을 "우리는 민주주의니까 다수결로 하자"며 점심 메뉴 고르듯 처리해요. 씁쓸하면서도 웃기고, 웃기면서도 뭔가 찔리는 장면들이 영화 내내 곳곳에 박혀 있어요.
그리고 연출이 정말 맛있어요. 달이 시계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장면, 황야의 무법자 스타일의 서부극 연출 — 이건 진짜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이었어요. 블랙 코미디다운 위트 있는 연출인데, 현재 상황과도 딱 맞아 떨어지거든요. 변성현 감독이 하고 싶은 거 눈치 안 보고 다 했다는 게 느껴지는 영화예요.
배우들이 다 제 몫을 해요
설경구는 역시 변성현 감독의 페르소나답게 찰떡이에요. 이름도 없이 그냥 '아무개'라고 불리는 해결사인데, 실제로 일을 다 하는 사람이 얘예요. 나머지는 다 허수아비고 아무개 혼자 다 처리하는 구조인데, 이름 없는 사람이 결국 가장 중요한 일을 다 한다는 아이러니가 묘하게 웃기면서도 씁쓸해요.
홍경은 3개 국어를 구사하면서 심리적으로 복잡한 갈등을 표현해야 하는 역할인데, 생각보다 훨씬 잘 어울렸어요. 류승범은 오랜만의 복귀임에도 막갈리는 에너지가 여전하고, 특별 출연진도 등장할 때마다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어요.
무엇보다 일본 배우들이 정말 좋았어요. 어설프게 한국 배우가 일본어 배워서 연기하는 것보다 실제 일본 배우들이 나오니까 훨씬 신선하고 자연스럽거든요. 납치범 역할의 일본 배우들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아쉬운 점도 있어요
중반 이후에 블랙 코미디적 포인트들이 조금씩 예측되기 시작해요. 초반에 그렇게 신선하게 터졌던 웃음들이 패턴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살짝 물리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 시점에서 긴장감으로 보완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장르 특성상 톤이 가볍다 보니 긴장감도 살짝 떨어져요. 완전히 웃음으로 채우거나, 아니면 거기서 긴장감을 주거나 — 둘 중 하나가 조금 더 강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총평 - 올해 한국 영화 중 최고였어요
변성현 감독의 모든 작품 중에 가장 재밌게 봤어요.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블랙 코미디로 가볍게 즐길 수 있게 톤을 잡은 것, 냉전 시대 한일 북미 국제 정세를 무겁지 않게 녹여낸 것, 연출의 위트까지 — 다 챙겼어요.
결말에서 '아무개'와 공군 중위의 대화, 그리고 달을 활용한 마지막 장면까지 마무리도 좋았어요. 요즘 우리가 많이 느끼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 생각이 나더라고요. 이게 영화관에서 개봉했으면 더 좋았겠다 싶을 만큼, 큰 화면으로 보고 싶은 장면들이 가득한 영화예요.
블랙 코미디 장르가 취향을 많이 타긴 하지만, 실화 기반 이야기에 관심 있으시거나 변성현 감독 스타일을 좋아하신다면 강력 추천해요. 넷플릭스 구독 중이시면 꼭 한번 보세요. 연출이 정말 맛있는 영화예요.
출처
- 유튜브 리뷰 참고: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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