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미랑 박해수가 나온다길래 기대하고 봤어요. 더 테러 라이브로 화려하게 데뷔한 김병우 감독 신작이기도 하고요. 재난 영화에 SF와 AI를 결합한다는 설정이 낯설고 신선했거든요. 108분짜리 넷플릭스 오리지널인데, 소재는 진짜 신선한데 영화적 완성도는 많이 아쉬웠어요. 근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쉬움이 굉장히 컸어요.



이런 영화예요
소행성이 남극에 충돌해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 전체에 대홍수가 발생해요. AI 이모션 엔진을 개발하는 연구원 김담이(김다미)는 아들과 함께 아파트에 갇힌 상황에서 탈출을 시도해요. 회사에서 요원(박해수)을 보내 김담이를 구출하려 하는데, 그녀가 살아야 인류를 다시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게 초반부예요. 근데 이 영화의 진짜 설정이 따로 있어요. 아들이 사실 AI로 만들어진 실험체였고, 김담이는 그 아이에게 인간의 감정, 즉 이모션 엔진을 학습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아이의 메모리 칩은 빼 나갔지만 엄마 쪽 이모션 엔진이 아직 완성이 안 됐어요. 그래서 김담이가 직접 시뮬레이션 속으로 들어가 수많은 상황을 반복하면서 이모션 엔진을 완성시켜 나가는 게 중반 이후의 내용이에요. 최종 목표는 시뮬레이션 안에서 아이를 살리는 거예요.
소재는 진짜 신선해요
재난 + AI + 모성애를 하나의 서사로 엮으려 한 발상 자체는 신선해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감정인 모성애를 딥러닝으로 학습시킨다는 상상력, AI와 인간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는 질문들, 노아의 홍수처럼 새로운 인류를 만든다는 종교적 모티브까지. 이 아이디어들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꽤 특별한 영화가 됐을 거예요. 기계와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모성애라는 감정을 AI 학습의 핵심으로 삼은 발상은 진짜 매력적이거든요.
김다미와 박해수라는 배우진도 탄탄해요. 불완전한 각본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흔적이 역력해요.
그런데 왜 이렇게 지루할까요
문제는 그 신선한 소재가 영화적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초반 재난 장면부터 긴박감이 없어요. 물이 차오르는 급박한 상황인데 등장인물들이 너무 느긋해요. 아이는 응가가 마려워서 화장실을 찾아가고, 엄마는 밖에서 통화를 하고 있어요.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아요. 물이 너무 깨끗하고, 관리 사무소에서 느긋하게 대피 방송이 나오고, 인물들의 행동이 하나하나 너무 인위적으로 느껴져요. 재난 영화에서 긴장감이 없으면 절반은 망한 거거든요.
후반부 시뮬레이션 구간도 문제예요. 이모션 엔진이 어떻게 완성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요. 퀘스트를 반복하는 구조인데 왜 이 퀘스트를 해야 완성이 되는지, 임산부를 구하는 게 모성애 학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이 없어요. 그냥 하세요, 이런 느낌이에요. 거기다 시뮬레이션이라는 걸 관객이 알아버리니까 아무 선택도 긴장감이 없어요. 실패해도 다음에 또 하면 되니까요. 딜레마가 없는 선택지는 재미가 없어요. 도전 횟수가 화면에 숫자로 표시되는데 10만이 넘어가면 이미 보는 사람도 무감각해져요.
박해수 캐릭터가 아쉬워요
박해수가 연기하는 요원 캐릭터가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계속 던지는데, 결국 허무하게 죽어버려요. 그 대사들이 뭘 위해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건지 지켜보겠다는 말을 내내 하다가 막상 그냥 사라지는 거거든요. 차라리 의미심장한 말 없이 순수하게 도와주다 죽는 역할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캐릭터가 그 역할을 다 못 한 채 끝난 느낌이에요. 박해수라는 배우가 아까워요.
총평 - 신선한 도전이었지만 완성도는 아쉬워요
아이디어는 매력적이에요. 재난 + AI + 모성애라는 복합 장르 실험이 국내 상업 영화에서 보기 드문 시도이긴 해요. 근데 그 아이디어를 영화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초반의 긴박감, 후반의 SF 디테일, 캐릭터 활용 모두 아쉬움이 남아요. 신선한 시도였지만 그 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지루하게 흘러가는 영화가 됐어요.
미완의 도전이었을지언정, 이런 복합 장르에 도전하는 시도 자체는 응원해요. 김다미 팬이라면 한 번 보실 수 있지만, 강렬한 재난 영화나 탄탄한 SF를 기대하신다면 실망하실 수 있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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