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12 영화 마이 선샤인 (영상미, 성장드라마, 결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영화를 아무 정보 없이 봤습니다. 알고리즘에 예고편이 뜨는 걸 보고 그냥 느낌 좋다 싶어 개봉일에 바로 극장을 찾았는데, 그날따라 난방이 영 시원찮은 극장이었어요. 덜덜 떨면서 봤는데 오히려 그게 영화랑 기묘하게 잘 맞았습니다. 스크린 속 홋카이도 설원과 아이스링크를 보다 보니, 제가 직접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영상미: 4:3 화면비율이 만들어낸 것들혹시 요즘 영화를 보다가 화면이 뭔가 다르다고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마이 선샤인》은 의도적으로 4:3 화면비율을 선택한 영화입니다. 현대 영화가 대부분 16:9 와이드스크린을 쓰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옛날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보는 듯한 정사각형에 가까운 비율로 촬영됐습니다. 쉽게 말해 화면 양옆에 검은 .. 2026. 7. 19.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후기 (장르혼합, 연기, 결말) 악마가 이사 왔다는 영화, 과연 공포 영화일까요? 제목만 보면 그렇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감상을 안겨 줍니다. 기대를 1도 안 하고 들어간 자리에서 생각보다 훨씬 따뜻한 영화를 만났습니다. 올해 나온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담백하고 과장 없이 정직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게 저의 솔직한 평가입니다. 장르 혼합: 이 영화, 도대체 뭘 보러 가는 건가요?포스터와 예고편만 보면 누구나 로맨틱 코미디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실제로 뚜껑을 열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영화는 장르 혼합(genre hybrid), 즉 로맨스, 코미디, 오컬트, 호러, 드라마가 한 그릇에 담긴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장르 혼합이란 단일 장르의 문법을 따르지 않고 여러 장르의 요소를 교차 배치하는 연출 전.. 2026. 7. 8. 영화 세계의 주인 리뷰 (연출, 세차장면, 용서) 윤가은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세계의 주인》은 개봉 당일 학생 단체 관람이 줄을 이었습니다. 저는 그 분위기 속에서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눈물이 나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거든요.윤가은 감독의 연출 — 담담함 안에 숨어 있는 것이 영화를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이름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어느 가족》이나 《괴물》에서 보여주는 그 특유의 미장센(mise-en-scène) — 쉽게 말해 화면 안에 배치된 모든 요소(인물, 조명, 공간)가 감정을 대신 말하도록 설계된 연출 방식 — 이 《세계의 주인》에서도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직접적으로 "이게 슬프다, 이게 분노다"라고 말하지 않아요. 그냥 보여줄 뿐인데 관객이 알아서 꺼내 읽게 됩니다.. 2026. 7. 7. 영화 햄넷 리뷰 (연기력, 예술적 가치, 클로이 자오) 영국 아카데미(BAFTA) 작품상·여우주연상, 골든 글로브 작품상·여우주연상, 토론토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관객상까지. 개봉 전부터 수상 이력이 이 정도면 솔직히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서 실망하기 딱 좋은 구조입니다. 저도 그게 살짝 걱정됐어요. 근데 극장에서 나오면서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안 봤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다.연기력 — 이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표정들상을 많이 받은 영화는 연기가 좋다고들 하는데, 솔직히 저는 반은 믿고 반은 의심하는 편입니다. 수상작 특유의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연기"가 오히려 거리감을 주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그런데 햄넷은 달랐습니다. 제가 직접 스크린 앞에 앉아서 느낀 건, 이 배우들이 연기를 계산하고 있다는 느낌이 단 한 순간도 들지 않았다는 겁니다.여자 주.. 2026. 7. 5. 영화 8번 출구 후기 (게임 원작, 연출, 해석)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이 영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보다 불안이 훨씬 컸습니다. 8번 출구라는 게임 자체가 규칙 네 줄로 요약되는 단순한 루프 구조인데, 그걸 1시간 35분짜리 영화로 만들면 뭘 집어넣을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근데 막상 보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준수했고, 어떤 장면에서는 진짜 놀랐습니다.게임 원작이라 더 걱정했던 이유혹시 8번 출구라는 게임을 해보셨나요? 지하철 통로를 걷다가 이상 현상을 발견하면 돌아가고, 없으면 그냥 직진하면서 0번부터 8번 출구까지 찾아가는 게임입니다. 규칙이 전부예요. 이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로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작품인데, 저도 당시 생방송으로 함께 플레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문제는 게임과 영화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게임에서.. 2026. 6. 29. 영화 더 문 리뷰 (SF 장르, 캐릭터 서사, 클리셰 신파) 솔직히 저는 이 영화에 기대를 아예 접고 들어갔습니다. 한국 SF 영화가 시각적으로는 나쁘지 않은데 내용에서 무너지는 패턴이 너무 익숙했거든요. 《더 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달이라는 소재를 갖고 왔지만, 극장 의자에서 박차고 나오고 싶은 순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끝까지 봤고, 나오면서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네"라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게 더 이상한 경험이었습니다.한국 SF 영화가 반복하는 패턴《더 문》은 김용화 감독의 신작입니다. 《신과함께》 시리즈로 천만 관객을 끌어모은 감독이 이번에는 우주로 무대를 옮겼습니다.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가 출연하고 제작비만 수백억이 투입된 대작입니다. 그러나 흥행 성적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고, 개봉 직후 커뮤니티 반응도 냉랭했습니다.여기서 .. 2026. 6. 26.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