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 마션을 처음 봤을 때, 화성에서 감자를 키운다는 설정이 그냥 영화적 상상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관련 연구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과학적 근거가 탄탄하더군요. 영화 속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서 생존하기 위해 감자를 재배하는 과정은 단순한 SF가 아니라, 실제로 NASA와 여러 연구 기관에서 검증 중인 기술들을 바탕으로 합니다. 물론 영화처럼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진 않겠지만, 화성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 자체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화성에서 산소를 확보하는 방법
화성에서 생존하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게 산소입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었는데, 알고 보니 화성 환경이 산소 생산에는 의외로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화성 대기의 95%가 이산화탄소(CO2)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산소 발생기만 있으면 비교적 쉽게 산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산소 발생기란 전기분해나 화학 반응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산소(O2)와 일산화탄소(CO)로 분리하는 장치를 말합니다. 실제로 NASA의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에는 MOXIE(Mars Oxygen In-Situ Resource Utilization Experiment)라는 장비가 탑재되어 있는데, 이 장비는 화성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입해 산소를 생산하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화성에서의 장기 체류가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다만 영화에서처럼 화성 기지에 저장된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화성의 대기압은 지구의 1% 수준에 불과해서, 밖에서 공기를 직접 끌어오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와트니는 미리 저장해둔 이산화탄소 용기를 활용했는데, 이런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장기 생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물을 전기분해해서 산소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다시 물로 전환하는 순환 시스템을 사용한다고 하니, 화성 기지에서도 비슷한 방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을 만드는 과정과 그 위험성
산소를 확보했다면 이제 물이 필요합니다. 저는 영화에서 와트니가 로켓 연료인 하이드라진(N2H4)을 이용해 물을 만드는 장면을 보고, "진짜 이게 가능한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이드라진은 질소 원자 2개와 수소 원자 4개로 이루어진 화합물인데, 이리듐(Ir) 촉매와 반응시키면 질소와 수소로 분해됩니다. 여기서 나온 수소를 산소와 결합시키면 물(H2O)이 생성되는 원리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얘기지만, 실제로 해보려면 엄청난 위험이 따릅니다. 우선 이리듐 촉매는 1200도 이상의 고온에서만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영화처럼 작은 불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게다가 하이드라진은 독성이 강한 물질이라서, 조금만 실수해도 중독되거나 폭발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와트니가 운 좋게 성공했지만, 현실에서는 이 방법보다는 물을 정화해서 재사용하거나, 산소와 수소를 연료전지로 결합해 물을 만드는 방식이 훨씬 안전합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감자 재배에 필요한 물의 양입니다. 감자를 제대로 키우려면 최소 300~600g의 수분이 필요한데, 영화 속 방법으로는 충분한 양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제 화성 탐사에서는 물을 최대한 재활용하고, 지구에서 가져온 물을 정화해서 사용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일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화성에 얼음 형태로 존재하는 물을 녹여서 사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화성 토양을 작물 재배에 적합하게 만들기
산소와 물을 확보했다면, 이제 남은 건 토양입니다. 제가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인데, 화성 토양은 지구의 흙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화성 토양(레골리스, Regolith)은 영양분이 거의 없고, 물이 빨리 흡수되고 빨리 증발하는 특성이 있어서 식물이 자라기에는 최악의 조건입니다. 여기서 레골리스란 암석이 풍화되어 생긴 미세한 입자들로 이루어진 표토층을 의미하는데, 지구의 흙처럼 유기물이나 미생물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와트니는 이 문제를 인분(人糞)으로 해결했습니다. 똥을 비료로 사용하면 토양에 유기물과 미생물을 추가할 수 있고, 물이 빠져나가는 속도도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교 연구진은 가상의 화성 토양에 퇴비를 섞어 루콜라, 토마토, 무, 호밀, 완두콩 등을 성공적으로 재배했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화성 토양에서도 적절한 개량만 하면 작물 재배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화성 토양에는 과염소산염(Perchlorate)이라는 인체에 유해한 화학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걸 제거하지 않으면 재배한 작물을 먹을 수 없습니다. 과염소산염은 갑상선 기능을 방해하는 물질로, 장기간 섭취하면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화성의 평균 기온이 영하 80도에 달하기 때문에, 온실을 만들어 온도를 유지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제 경험상 실내 텃밭을 해봤을 때도 온도와 습도 관리가 정말 중요하더군요. 화성에서는 이게 몇 배는 더 어려울 겁니다.
화성 감자 재배의 현실성과 미래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건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제로 성공하려면 여러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과연 이게 현실에서도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최근 연구 결과들을 보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2015년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 연구진은 화성과 유사한 환경에서 고구마와 딸기를 재배하는 데 성공했고, 2014년 화성 사막 연구 센터(MDRS)는 50일간 비료 없이도 토마토, 겨자 잎, 밀 등을 키워냈습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습니다. 우선 화성에는 자기장이 없어서 태양에서 쏟아지는 방사선을 그대로 받게 됩니다. 이 방사선은 식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지하 기지나 방사선 차폐 시설이 필수적입니다. 또 화성의 토양에 포함된 산화철 성분은 과다 섭취 시 철분 중독을 일으킬 수 있어서, 재배한 작물의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건 물의 순환 시스템입니다. 화성에서는 물을 한 번 쓰고 버릴 수 없기 때문에, 물을 정화하고 재사용하는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우주비행사들의 소변과 땀까지도 정화해서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데, 화성 기지에서도 비슷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영화에서 와트니가 팀원들의 똥까지 비료로 사용했다는 건데, 본인의 배설물에 이미 있는 병원체는 본인에게 다시 감염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설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병원체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 식량을 공유할 경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는 건 단순히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건 인류가 다른 행성에서도 자급자족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 화성에 유인 탐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감자를 키울 수 있을지는 직접 가봐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을 보면 충분히 희망적입니다. 저는 영화 마션의 촬영지가 요르단의 와디 럼 사막이었다는 걸 알고 나서, 그곳의 붉은 사막 풍경이 정말 화성처럼 느껴지더군요. 언젠가 진짜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했다는 뉴스를 듣게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