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들이 다들 무겁거나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들이 많잖아요. 끝나고 나서도 머릿속에 뭔가 남는 영화들이요. 좋은 영화들이지만 보고 나면 좀 지치기도 해요. 그 가운데서 이런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를 보니까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유해진이라는 배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그리고 오랜만에 편안하게 웃고 싶은 분이라면 이 영화 딱이에요.

이런 영화예요
과자 회사 연구원 치호(유해진)는 회사와 집밖에 모르는 사람이에요. 사회성이 좀 떨어지지만 맛에 대한 감각만큼은 천재적인 인물이에요. 이상하게 그려지지 않아요. 그냥 가볍고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유해진 씨 특유의 표정이랑 말투로 이 캐릭터가 완성되거든요. 그러다가 사고뭉치 형 때문에 대출 업무로 찾아간 회사에서 담당자 일영(김희선)을 만나요.
일영은 대학생 딸을 홀로 키우는 미혼모예요.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지만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예요. 이 두 사람이 알콩달콩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예요. 뻔하다고요? 맞아요. 근데 그게 로코의 매력이잖아요. 반전이 없어도, 결말을 알아도 보는 내내 간질간질하고 따뜻해요.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로코의 고전적인 매력이 잘 살아있어요. 한국 로코보다는 미국식 로코처럼 편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예요.
유해진과 김희선의 케미가 좋아요
유해진은 원래 캐릭터 연기의 달인이지만, 이렇게 대놓고 로맨스 주인공을 하는 건 사실상 처음이에요. 럭키도 코미디에 가깝고, 이렇게 사랑 얘기가 메인인 건 낯선데 그게 오히려 신선해요. 연애도 안 해본 사람이 처음 사랑에 빠지는 그 순수한 감정을 너무 잘 표현하거든요. 보는 내내 응원하게 돼요. 유해진이 이런 역할도 되는구나 새삼 놀랐어요.
김희선은 46세인데 대학생 딸이 있는 미혼모 역할인데, 나이와 역할이 잘 어울려요. 아직도 이렇게 사랑스럽게 나올 수 있다는 게 놀랍더라고요. 둘이 아재 개그로 서로 웃겨주면서 썸을 타는 장면들이 피식피식 웃기고 간질간질해요. 이 영화 관객의 절반 이상이 커플이었다는 게 이해가 가요. 극장에서 봤을 때 주변 사람들의 웃음이 전염되면서 더 재밌어지는 영화예요.
조연들이 맛깔나요
차인표가 유해진의 형으로 나오는데 개차반인데 미워할 수 없는 빌런이에요. 사고를 계속 치는데 보다 보면 이상하게 미울 수가 없어요. 망가지는 연기를 이렇게 잘하는구나 싶었어요. 캐스팅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성규, 한선화, 연매란 등 조연들이 로코에 딱 맞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해요. 중간중간 카메오로 나오는 유명 배우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어요. 수상한 그녀처럼 깜짝 등장하는 분들이 곳곳에 숨어 있거든요. 오히려 주요 장면에 꽤 비중 있게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감독은 완득이, 증인의 이한 감독이고 극한직업 감독이 각본을 썼어요. 그 조합 덕분인지 코미디 타율이 딱 적당해요. 배 잡고 웃을 정도는 아닌데, 소화가 잘 되는 개그들이에요. 회사 장면들이 특히 재밌었어요.
아쉬운 점도 있어요
후반부가 약간 늘어지는 느낌이 있어요. 갈등 요소도 사회적 인식이나 가족 문제 정도인데 그게 좀 약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뻔한 전개가 반가우면서도 살짝 심심할 수 있어요. 자극적인 걸 원하는 분들은 심심하게 느낄 수 있어요. 로코 클리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겐 더욱요. 근데 그 심심함이 이 영화의 매력이기도 해요. 아무것도 안 요구하는 영화거든요.
총평 - 가족이랑, 커플이랑, 부모님이랑 보기 딱 좋아요
무거운 영화 보고 지쳐 있을 때 보기 딱 좋아요. 어르신들하고 보기에도 좋고, 썸 타는 중인 분들한테도 추천해요. 오펜하이머나 콘크리트 유토피아처럼 뭔가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들 사이에서 이런 따뜻한 로코는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보고 나오면서 그냥 훈훈하고 따뜻한 기분이 남아요. 엔딩도 깔끔해요. 요즘 이런 로코가 많이 없어서 더 반가웠어요. 부모님 모시고 가기에도 딱 좋고, 이 영화 하나만으로 데이트 코스 완성이에요. 표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맘 편히 웃고 나오기 좋은 영화예요. 한국에서 이런 로코가 잘 안 만들어지는데, 잘 만들어진 로코가 얼마나 반가운지 다시 느꼈어요. 달짝지근하다는 제목 정말 찰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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