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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영화 파반느 원작소설 결말 (죽은 왕녀, 박민규, 요한)

by girin3 2026. 4. 2.

여러분은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겨지는 세상을 상상해본 적 있으신가요?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의 원작인 박민규 작가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바로 그런 잔혹한 현실 속에서 피어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여러 번 눈물을 흘렸는데, 특히 결말 부분에서는 예상치 못한 반전에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 포스터
넷플릭스영화 파반느 포스터

외모라는 이름의 감옥, 그 안에서 피어난 첫사랑

소설 속 주인공은 19살 청년입니다. 그는 백화점 주차 요원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그녀'를 만나게 되는데요. 소설에서 그녀는 이름조차 없이 그저 '못생긴 여자'로만 지칭됩니다. 여기서 '못생김'이란 단순한 외모 묘사가 아니라 사회적 낙인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사회가 특정 개인에게 부여하는 부정적 꼬리표로, 그 사람의 모든 가치를 왜곡시키는 폭력적 시선을 뜻하죠.

그녀는 여섯 살 때 처음 "야, 못나"라는 말을 들었고, 그 순간부터 평생을 격리된 채 살아왔습니다. 학창 시절 내내 별명으로만 불렸고, 이름으로 불린 적이 없었죠.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이 얼마나 기본적인 존중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녀에게 일상은 멸시와 조롱의 연속이었고, 사람들은 그녀의 노력을 "못생긴 여자의 발버둥"으로만 치부했습니다.

주인공은 문화센터로 기념품을 나르던 날, 무거운 짐을 혼자 들고 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짐을 덜어줍니다. "여자가 들기엔 너무 무거워요"라는 한마디와 함께요. 이 장면이 그녀에게는 생애 첫 배려였고, 이성과 나란히 걸은 첫 경험이었습니다. 주인공은 그녀에게 "저랑 친구하지 않을래요?"라고 제안하고, 이후 두 사람은 요한과 함께 거의 매일 켄터키 호프에서 만나 술을 마시며 우정을 쌓아갑니다.

사랑은 서로를 밝히는 전구, 요한이 전하는 메시지

소설에는 요한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는 백화점 사장의 이복동생으로, 배우 출신 어머니가 회장에게 버림받은 후 자살한 과거를 지닌 인물입니다. 요한은 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요. 조울증이란 극단적인 기분 변화가 반복되는 정신질환으로, 조증과 우울증이 교차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요한은 주인공과 그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 거야."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며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사랑은 완벽한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함께 빛나는 것이겠죠.

요한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극을 가진 전구와 같은 거야.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서로의 영혼의 불을 밝히는 거지. 세상의 어둠은 결국 서로의 빛을 믿지 않고 기대하지 않고 발견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생겨." 이 대사는 저에게 깊은 울림을 줬는데요. 우리는 왜 그렇게 쉽게 타인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외모나 조건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걸까요?

주인공과 그녀의 관계는 점점 깊어집니다. 그는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는 것이 일상이 됐고, 그녀가 "전 너무 못생겼어요"라며 울 때마다 "알아요. 하지만 그래서 좋아요. 앞으로는 계속 더 아름다운 모습만 볼 수 있을 테니까"라고 답했습니다. 주요 인물관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주인공: 무명배우 아버지와 박색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청년. 아버지의 배신 후 상처받은 채 살아가다 그녀를 만나 치유받음
  • 그녀: 못생긴 외모로 평생 멸시받으며 살아온 여성. 주인공을 통해 처음으로 사랑받는 경험을 하게 됨
  • 요한: 백화점 사장의 이복동생. 어머니의 자살 후 조울증을 앓으며 주인공과 그녀에게 삶의 철학을 나눠주는 인물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그 잔혹한 결말의 의미

주인공이 20살 되던 겨울, 두 사람은 다시 만나 눈길을 걸으며 손을 꼭 잡습니다. 카페에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들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 후 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지는데요. 여기서 파반느(Pavane)란 16세기 유럽 궁정에서 유행한 느리고 장엄한 춤곡을 의미합니다. 라벨이 작곡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왕녀를 추모하는 슬픈 선율로 유명하죠.

 

그런데 그날 밤, 주인공이 탄 버스가 폭설로 인해 5m 아래로 추락합니다. 그는 2년간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지만, 혼자 걸을 수 있게 되기까지 6년이 더 걸렸습니다. 그녀는 그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그를 그냥 "분실"해 버린 겁니다. 주인공은 13년 후인 34살에 작가가 되어 그녀와의 이야기를 소설로 씁니다.

 

하지만 여기서 소설은 충격적 반전을 던집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사실 주인공이 쓴 게 아니라 요한이 쓴 소설이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주인공이 사고 후 3년 만에 사망했고, 그녀와 결혼한 요한이 40살이 되어 이 이야기를 집필한 겁니다. 요한은 자살 시도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주인공과 그녀를 만나 치유받았던 거죠. 저는 이 결말을 읽으며 "아, 이건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이 사망한 후 그녀의 삶은 차마 삶이라 부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행복한 꿈을 꾸는 동안 그가 추운 버스 안에서 피를 흘리며 세 시간을 떨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고, 요한과 함께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그녀는 일본에서 뜨개질 공방을 차렸는데, 그 이유는 주인공을 위해 처음 짰던 머플러의 그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사고 당시 그가 그 머플러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작은 위안이었으니까요.

소설은 그녀가 요한이 쓴 글을 읽은 후 주인공에게 보내는 편지로 끝납니다. "제가 어떤 여자였다 하더라도 당신이 사랑해 주었기에, 그때 당신으로부터 받았던 그 빛이 있었기 때문에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올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당신과 가까워지고 있으니 제가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때까지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저는 박민규 작가가 왜 이런 잔혹한 결말을 선택했는지 생각해봤습니다. 아마도 진짜 죽은 것은 주인공이 아니라 그녀의 '예전 자아'였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주인공을 만나기 전까지 사회적으로 이미 죽은 존재나 다름없었으니까요. 주인공이 준 빛 덕분에 그녀는 비로소 살아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고, 그 빛은 주인공이 떠난 후에도 계속 그녀를 비추고 있는 겁니다. 솔직히 이 결말은 예상 밖이었고, 한동안 먹먹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영화 '파반느'를 보신 분들이라면 소설의 이 결말을 꼭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문상민과 고아성이 연기한 경록과 미정의 이야기가 원작에서는 어떻게 더 깊고 슬프게 펼쳐지는지, 그리고 요한이라는 인물이 왜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실 겁니다. 박민규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사랑받을 자격"이라는 게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모든 인간은 그저 서로의 빛이 되어주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E37O23A1D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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